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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님, 민원 들어왔습니다

구경꾼 책임

4화 · 2026-10-26

추가찻집의 지붕이 고쳐지고 열흘쯤 지난 아침이었다.

민원실 문이 열리고, 사내 하나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마흔 남짓한 나이에 어깨가 넓은 사내였다. 오른손은 두꺼운 천으로 칭칭 감겨 목에 매달려 있었다.

"소금 장사 하는 장득수라고 합니다."

장 씨는 왼손으로 서툴게 민원서를 내밀었다. 옆에 선 딸아이가 아버지 대신 종이 끝을 붙잡아 펴 주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손등이 거칠었다.

허평이 민원서를 받아 읽었다.

보름 전, 저잣거리에서 무창의 중견 문파 정의검문이 공개 비무를 열었다. 장 씨는 소금 지게를 내려놓고 잠깐 구경을 했다. 비무 도중 장문인이 검기를 실어 내리친 칼끝에 상대 검객의 검이 부러졌고, 그 조각이 구경꾼들 쪽으로 날아왔다. 장 씨는 앞에 있던 아이를 감싸다 오른손을 내주었다.

[힘줄이 상해 소금 지게를 질 수 없습니다. 치료비와 일을 못 하는 동안의 생계를 배상해 주십시오.]

민원서 아래에 정의검문의 답변이 붙어 있었다. 장 씨가 문파에 직접 찾아가 받아 온 것이었다.

[비무 구경은 자기 책임.]

곽 주임이 그 글씨를 들여다보고 혀를 찼다.

"이거, 비무원 임 장로님 결재 문구야. 비무 피해 민원 올라가면 꼭 이렇게 내려와. 정의검문이 그걸 그대로 베꼈구먼."

"그러니까 문파도 맹도 같은 답이라는 거지요."

허평이 말했다.

장 씨는 고개를 숙였다.

"구경한 게 죄라면 죄지요. 그런데 아이가 맞을 뻔해서…"

딸아이가 아버지의 소매를 꼭 잡았다.

허평은 민원서를 내려놓고 장 씨를 보았다. 그리고 딸아이를 보았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장 씨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얼굴로 쓸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고맙다며 두 번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그날 오후, 민원실에 손님이 왔다.

반들거리는 비단옷이 문간에서 먼저 번쩍였다. 겨자색 바탕에 검붉은 수가 놓인 옷이었다. 머리는 기름을 발라 작은 관 아래로 단정히 빗었고, 손에는 나무 주판이 들려 있었다.

"아아, 여기가 그 민원실이군요!"

사내가 방 안을 휘 둘러보았다. 먼지, 낡은 책상, 반쯤 지워진 현판. 그의 얼굴에 기쁨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훌륭합니다. 아주 훌륭해요. 고칠 데가 이렇게 많다니!"

곽 주임이 허둥지둥 일어나 단추를 채우려다, 늘 풀려 있던 그 단추를 끝내 찾지 못했다.

"어, 어디서 오셨는지…"

"총관부 부총관 왕입니다. 오늘부로 민원실을 직접 감독하게 되었습니다. 도 장로님의 뜻입니다."

왕 부총관은 품에서 커다란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촤르륵 펼쳤다.

두루마리에는 칸이 그어져 있었다. 해마다 민원실에 들어온 민원의 수, 그리고 처리된 수. 맨 끝에 붉은 먹으로 크게 적혀 있었다.

[처리율 1할 미만.]

"보이십니까, 여러분? 이게 민원실의 숫자입니다. 맹 전체에서 꼴찌입니다. 꼴찌!"

왕 부총관이 주판알을 튕겼다. 탁, 탁, 탁.

"제가 이 숫자를 9할로 올리겠습니다."

곽 주임이 입을 벌렸다.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허평은 두루마리의 숫자를 조용히 보고 있었다.

"9할이요?"

유진이 물었다.

"9할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방법은 간단하거든요."

왕 부총관이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처리율이란 무엇입니까? 처리 더하기 반려, 나누기 접수입니다. 그러니까 반려도 처리입니다. 해결이 어려운 민원은 돌려보내면 됩니다. 돌려보내면 처리로 칩니다. 그러면 숫자가 올라갑니다!"

탁, 탁, 탁.

"반려 도장은 부총관 이상이 찍습니다. 즉, 제가 찍습니다. 여러분은 반려할 민원만 골라 오십시오. 그럼 첫 번째로…"

그의 눈이 책상 위를 훑다가, 맨 위에 놓인 민원서 한 장에 멈췄다. 오늘 아침 장 씨가 놓고 간 민원서였다.

"비무 구경하다 다친 소금 장수? 비무원 답변이 이미 '자기 책임'이군요. 깔끔합니다. 반려."

그는 품에서 도장을 꺼내 찍었다.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반려.]

"부총관님!"

유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분 아이를 감싸다가 다친 거예요! 일을 못 해서 열 살짜리 딸이 소금을 지고 다닌다고요! 그걸 반려하시면…"

"유 서기."

왕 부총관이 주판을 내려놓았다.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장로님 아드님을 때리고 이리 오셨다지요? 여기서도 윗사람한테 대들면, 다음엔 어디로 가실까요? 민원실보다 아래가 있던가?"

유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다시 쥐었다.

"…없습니다."

"그렇지요. 그러니 앉으세요."

유진은 앉았다. 입술을 깨물고.

왕 부총관이 고개를 돌렸다.

"허 서기, 맞습니까? 연세가 있으시니 세상 이치는 아시겠지요."

허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곽 주임이 의외라는 듯 허평을 보았다. 찻집 민원 때 장로 다섯을 직접 찾아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마디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유진은 허평을 노려보았다. 배신당한 얼굴이었다.

왕 부총관은 흡족하게 두루마리를 말았다.

"좋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9할! 기억하십시오, 9할!"

그는 주판을 흔들며 나갔다. 탁, 탁, 탁. 소리가 멀어졌다.


"아저씨, 정말 알겠다고요?"

왕 부총관이 나가자마자 유진이 따졌다.

허평은 반려 도장이 찍힌 민원서를 집어 들었다.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예?"

"장 씨 댁이요. 반려 통보는 민원인에게 해야 하니까요."

유진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허둥지둥 따라나섰다.

곽 주임은 둘이 나간 문을 보며 턱을 긁었다. 그리고 서랍 속 '검토 중' 도장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서고 문틈으로 마 영감이 내다보고 있었다. 곽 주임이 목소리를 낮췄다.

"영감님, 들으셨어요? 왕가장이래요. 그 왜, 찻집 지붕 고친 도련님 있잖아요. 그 집안이에요. 사촌 형이라나."

마 영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도련님이 지붕 고친 게 우리 민원실 '처리' 도장으로 끝났잖아요. 그 집안에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십구 년 동안 아무도 안 들여다보던 민원실에 갑자기 감독이 내려오는 게…"

곽 주임은 말을 흐렸다. 마 영감이 서고 문을 조용히 닫았다. 닫히기 직전, 노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숫자 좋아하는 사람은, 숫자로 다루면 되지요."

곽 주임은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끔뻑였다.


장 씨의 집은 무창 시가 남쪽 끝, 강가에 가까운 골목에 있었다.

허평은 걸음이 느렸다. 한 골목을 지날 때마다 멈춰 서서 허리를 두드렸다.

"아이고, 좀 쉬었다 가지요."

"벌써 다섯 번째예요."

유진이 앞서 걸어가다 돌아보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가 열 걸음을 앞서 가서 돌아보면, 허평은 늘 다섯 걸음 뒤에 있었다. 허평이 쉬는 동안 그녀가 다시 스무 걸음을 가서 돌아보면, 허평은 또 다섯 걸음 뒤에 있었다.

유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그래도 다섯 걸음.

'…착각이겠지.'

저잣거리 한가운데, 허평이 또 걸음을 멈췄다. 이번에는 허리를 두드리지 않았다.

담벼락에 방문(榜文)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아직 풀이 마르지 않은 새 종이였다. 붉은 총관부 도장이 찍혀 있었다.

[현천교 첩자를 신고하면 은 열 냥을 준다. ― 무림맹 총관부]

방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은 열 냥이면 소 한 마리 값인데."

"첩자가 어디 그렇게 흔한가."

"요즘 서쪽 말씨 쓰는 사람만 봐도 수상하다잖아."

"그러고 보니 칠월 보름이면 흑수 강화 스무 해째라던데."

"강화가 끝나면 또 싸우는 거야?"

"설마. 그래도 맹이 이러는 걸 보면…"

허평은 방문 앞에 서서 종이를 보았다. 흑수 강화. 그가 사라진 그해 여름에 맺어진 강화였다.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저씨?"

유진이 불렀다. 허평은 잠깐 더 서 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그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장 씨의 집은 작았다. 마당에 소금 자루가 쌓여 있었다.

장 씨는 둘을 보자 놀라 일어섰다. 민원실 사람이 집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왼손으로 서툴게 물을 떠 왔다.

허평은 민원서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마당을 보았다.

그때 대문이 열리고, 아이가 들어왔다. 아침에 민원실에 왔던 딸아이였다. 등에 자기 몸통만 한 소금 자루를 지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아빠, 다 못 팔았어. 내일 또 갈게."

아이는 자루를 내려놓다가 손님들을 보고 꾸벅 인사했다.

"연이야. 장연이."

장 씨가 딸의 이름을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 끝이 떨렸다.

"제가 지게를 못 지니까, 저 녀석이 대신 시장에 나가요. 열 살짜리가요. 말려도 안 들어요."

연이가 아버지의 감은 손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아빠 손 나으면 내가 안 가도 되잖아. 그때까지만."

허평이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오늘은 몇 근 파셨습니까?"

연이는 어른이 자기한테 존댓말을 쓰는 것이 낯선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셌다.

"세 근이요. 아빠는 하루에 스무 근도 팔았는데."

"세 근이면 많이 파셨습니다."

연이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었다.

허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금 자루 끈에 쓸려 벌겋게 부은 아이의 어깨를 오래 보았다.

결국 그는 반려 통보를 하지 않았다. 장 씨에게 다친 손이 어떻게 됐는지, 의원은 뭐라고 했는지, 정의검문 비무장이 어디였는지만 물었다. 그리고 꾸벅 인사하고 일어났다.


민원실로 돌아오는 길, 유진은 내내 말이 없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민원실에 도착하자 곽 주임은 이미 퇴근했고, 책상 위에 등잔 하나만 켜져 있었다.

허평은 자기 책상에 앉아 민원서를 펼쳤다. 붉은 '반려' 도장이 등잔 불빛에 선명했다.

유진이 문간에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

"반려 통보 안 하셨잖아요. 내일 부총관님이 물으시면 어떡해요?"

허평은 '반려' 두 글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반려는 돌려보낸다는 뜻이지요."

"…예. 그러니까요."

허평이 고개를 들었다. 등잔 불빛에 그 얼굴이 반쯤 그늘져 있었다.

"제가 직접 돌려드리고 오겠습니다."

유진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창밖으로 정의검문이 있는 방향의 하늘이 어둑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