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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님, 민원 들어왔습니다

밤의 기와장이

3화 · 2026-10-26

하급 직원 숙소의 맨 끝 방에서, 창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허평은 창틀에 한쪽 발을 올린 채 잠깐 멈췄다. 손에 든 무명천을 내려다보았다.

스무 해 전 그는 두 가지를 정했다. 다시는 사람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하나를 더 정했다.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낮에는 진검을 뽑지 않는다.

'밤이라도 뽑을 일은 없겠지만.'

그는 무명천을 얼굴 아래에 둘렀다. 검은 두건을 머리 뒤로 묶었다. 칼집에 든 쇠검을 쥐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다음 순간 그는 이미 숙소 지붕 위에 있었고, 그다음 순간에는 본산 담장 너머 무창 시가의 기와지붕 위에 있었다. 달빛 아래 기와 한 장 울리지 않았다.


왕가장 별채의 밤은 밝았다.

처마마다 등롱이 걸렸고, 마당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대청마루에 젊은 사내 셋이 둘러앉아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하나는 왕가장의 셋째 도련님, 하나는 하씨 가문의 막내, 하나는 그 둘을 늘 따라다니는 세가의 둘째였다. 셋 다 허리에 값비싼 검을 차고 있었다.

"그 찻집 말이야. 아직도 지붕 없이 장사한다며?"

"장사가 되나. 비 오면 손님이 우산 쓰고 차 마시겠지."

셋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내가 이겼잖아. 기억나? 내가 마지막에 들보를 밟고 뛰어서…"

"네가 밟아서 들보가 부러진 거지. 그게 무슨 이긴 거야."

"이긴 거지! 지붕이 무너질 때까지 내가 서 있었으니까."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갔다.

그 담장 위에 그림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검은 두건을 머리 뒤로 묶었고, 얼굴 아랫부분을 물들이지 않은 무명천으로 가렸다. 짙은 회색 옷은 밤과 구분되지 않았다. 손에는 칼집에 든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림자는 셋의 웃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담장에서 내려왔다. 발소리가 없었다.


맨 먼저 알아챈 것은 하씨 가문 막내였다. 술잔을 들다 말고 마당을 보았는데, 등롱 아래에 아까까지 없던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구냐."

나머지 둘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꺼번에 일어섰다. 셋 다 이류는 되는 실력이었다. 검이 동시에 뽑혀 나왔다.

"감히 왕가장에 숨어들어? 어느 집 쥐새끼냐!"

복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대청마루 끝에 내려놓았다.

등롱 불빛에 글씨가 보였다. 피해구제 청원서. 추가찻집, 지붕. 검토 중, 검토 중, 검토 중.

셋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왕가장 셋째가 비웃었다.

"그 찻집 할멈이 보냈냐? 품삯은 얼마 받았는데?"

복면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천 너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사흘 안에 고쳐 놓으십시오."

"…뭐?"

"지붕이요."

왕가장 셋째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나머지 둘도 좌우에서 뛰어들었다. 세 자루의 검이 세 방향에서 복면인을 노렸다.

복면인이 칼집째 검을 한 번 휘둘렀다.

그것뿐이었다.

등롱 불빛이 한 번 흔들렸다. 바람이 지나간 것 같았다. 셋은 여전히 검을 내지른 자세 그대로였다.

그런데 손이 가벼웠다.

왕가장 셋째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잡이만 남아 있었다. 그 아래 있어야 할 칼날이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한 조각이 아니었다. 손가락 마디만 한 쇳조각 수십 개가 등롱 불빛 아래 반짝이며 흩어져 있었다.

나머지 둘의 검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말을 하려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팔도, 다리도, 눈꺼풀도. 셋은 손잡이만 쥔 채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언제 점혈을 당했는지조차 몰랐다.

복면인은 굳은 셋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대청마루의 민원서를 다시 집어 들어, 왕가장 셋째의 가슴팍 옷깃에 꽂아 주었다.

"사흘입니다."

그리고 그림자는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셋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한 시진 뒤였다.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마당에 흩어진 쇳조각을 보고, 손에 남은 손잡이를 보고, 옷깃에 꽂힌 민원서를 보았다.

그날 밤 일은 셋 중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말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봤는지 자신들도 몰랐으니까.


다음 날 아침, 무창 시가에 구경거리가 생겼다.

추가찻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젖히고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주저앉은 지붕 위에 비단옷 입은 젊은이 셋이 올라가 있었다. 하나는 기와를 나르고, 하나는 부러진 서까래를 뜯어내고, 하나는 망치를 들고 있었다. 셋 다 얼굴이 울상이었다.

"저거 왕가장 도련님 아니야?"

"하씨 댁 막내도 있네."

"아니, 저 양반들이 왜 남의 집 지붕을 고쳐?"

구경꾼 하나가 소리쳐 물었다.

"도련님들! 왜 그러고 계십니까?"

망치를 든 왕가장 셋째가 멈칫했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

"…모르겠소."

"모르시다니요?"

"모르겠다니까! 밤에… 밤에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기와 한 장을 집어 서까래 위에 얹었다. 손이 떨려 기와가 비뚤어졌다. 옆에서 하씨 막내가 말없이 그것을 바로잡았다.

추 씨는 찻집 문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도련님들은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소문은 점심이 되기 전에 시가 전체로 퍼졌다.

밤에 누군가가 명문가 도련님들을 찾아갔다. 그 다음 날 도련님들이 지붕을 고친다. 누가 시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녁이 되자 소문에 이름이 붙었다.

'밤의 기와장이.'


그날 밤, 추가찻집 뒷골목.

기름 가게 처마 밑 빗물받이에 무언가 걸려 있었다. 바람에 날려 와 석 달 동안 아무도 모르게 박혀 있던 나뭇조각이었다. 그림자 하나가 처마에 거꾸로 매달려 그것을 꺼냈다.

달빛에 비춰 보니 서툰 글씨가 보였다. 한 자 한 자 칼로 판, 삐뚤빼뚤한 글씨였다.

허평은 그 글씨를 엄지로 한 번 쓸었다.

'글씨도 못 쓰는 양반이, 누구한테 배워서 한 자씩.'

추 씨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조각을 품에 넣었다. 지붕 위에서는 도련님들이 낮에 새로 깎아 둔 들보가 달빛을 받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도련님들이 들보를 올릴 때, 아무도 그 한가운데에 손바닥 두 개만 한 홈이 파여 있고 거기 낡은 나뭇조각이 박혀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도련님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올렸을 뿐이었다. 누가 시켰는지는 그들도 몰랐다.


민원실에서도 그 이야기뿐이었다.

"들었어? 밤의 기와장이. 그러니까 내 말은~ 무림 고수가 밤마다 지붕을 고치게 만든다는 거야."

곽 주임이 흥분해서 떠들었다. 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들었고, 허평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허 서기, 자?"

"…밤에 잠을 좀 설쳐서요."

"나이 들면 다 그래. 나도 요즘 새벽에 깨."

곽 주임이 혀를 찼다. 마 영감이 서고 앞을 지나가다, 엎드린 허평의 등을 잠깐 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지붕 수리는 사흘 걸렸다.

도련님들은 매일 아침 해 뜨기 전에 나타나 해가 진 뒤에 돌아갔다. 셋째 날에는 손바닥에 물집이 터져 천을 감고 있었다. 구경꾼들은 이제 그들을 놀리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숙연해진 얼굴로 지붕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사흘째 저녁, 마지막 기와가 얹혔다.

도련님들은 지붕에서 내려와, 추 씨 앞에서 쭈뼛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개는 숙였다. 그리고 도망치듯 떠났다.

추 씨는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

새 지붕 아래, 새 서까래, 새 들보. 나무 냄새가 났다. 그녀는 천천히 들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새 들보 한가운데에 낡은 나무 한 조각이 끼워져 있었다. 손바닥 두 개만 한 크기. 거무스름하게 빛이 바랜, 오래된 나무였다.

그 위에 서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차 향기가 집에 가득하기를.]

부러져 날아간 그 조각이었다. 누군가 그것을 찾아내, 새 들보의 바로 그 자리를 파내고 정확히 끼워 넣었다. 이음매가 보이지 않을 만큼 정밀하게.

추 씨는 들보 아래 오래 서 있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높이였다. 그래도 그녀는 손을 뻗었다.


다음 날 아침, 추 씨가 민원실에 왔다.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창구 앞에 서서, 허평에게 민원서를 내밀었다. 석 달 전 처음 넣었던 바로 그 종이였다.

"고쳐졌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지난번의 그 아픈 웃음이 아니었다.

"지붕도, 들보도, 영감 글씨도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민원은 이제 다 됐어요."

곽 주임이 의자에서 반쯤 일어났다.

"고쳐졌다고? 진짜로? 도련님들이 직접?"

"네. 사흘 동안 직접요."

곽 주임은 한참 멍하니 있다가, 하품을 하며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허평에게 도장 하나를 건넸다. 손잡이에 먼지가 앉은 도장이었다.

"허 서기, 찍어. 가해자가 직접 원상회복한 건은 주임 권한으로 종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우리가 처리할 수 있다는 거야."

허평은 도장을 받아 들었다. 먼지를 손끝으로 한 번 털었다.

그리고 민원서에 찍었다.

[처리.]

세 개의 '검토 중' 옆에, 붉은 '처리' 하나가 찍혔다.

곽 주임이 그것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민원실 생기고 이 도장 찍어 본 게… 손에 꼽겠네."

유진이 민원서를 들여다보았다. 추 씨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가는 길에 창구 위에 차 한 봉지를 놓고 갔다. 추가찻집의 차였다.

허평은 그 봉지를 오래 보았다.


점심 무렵, 유진이 허평의 책상으로 의자를 끌고 왔다.

"아저씨, 밤의 기와장이 소문 들으셨죠?"

"들었습니다."

"분명히 엄청난 고수예요. 왕가장 하인 말로는, 그날 아침 별채 마당을 쓸었더니 쇳조각이 한 바가지 나왔대요. 도련님들 검이 손잡이만 남았고요. 그런데 다친 사람은 하나도 없대요."

"그렇군요."

"엄청난 고수가 왜 밤에 기와를 고치게 만들까요?"

허평은 붓을 놀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엄청난 고수가 왜 밤에 기와를 고치겠습니까."

"그러니까요. 그게 더 무서운 거예요."

유진은 턱을 괴고 창밖을 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

"아저씨. 그 해결사를 잡으면요."

"예."

"저 민원실 탈출할 수 있겠죠?"

허평의 붓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종이 위에 지렁이가 한 마리 더 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