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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님, 민원 들어왔습니다

검토 중

2화 · 2026-10-26

아주머니의 이름은 추 씨였다.

무창 시가에서 '추가찻집'이라는 이층 찻집을 한다고 했다. 쉰 남짓한 나이에, 눈물을 훔치는 손등이 찻물에 오래 씻긴 듯 거칠었다.

허평은 창구 너머로 민원서를 받아 들었다. 피해구제 청원서. 종이 귀퉁이가 닳아 있었다.

[석 달 전, 명문가 자제 세 분이 저희 찻집 지붕 위에서 비무를 하셨습니다. 기와가 다 깨지고 서까래가 부러져 지붕이 주저앉았습니다. 비가 새어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고쳐 주십시오.]

아래에 날짜가 셋 적혀 있었다. 석 달 동안 세 번 넣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붉은 도장이 셋 찍혀 있었다.

[검토 중.]

[검토 중.]

[검토 중.]

"세 번이요. 세 번을 왔어요."

추 씨가 목소리를 떨었다.

"처음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고요, 두 번째엔 서류가 위로 올라갔다고 해서 기다렸고요, 세 번째엔… 세 번째엔 아무도 말을 안 해 줬어요. 도장만 찍어 주고."

허평은 민원서를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추 씨의 어깨가 축 처졌다.

"…또 그 말이네요."

옆 책상의 곽 주임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 서기, 여기서 '확인해 보겠습니다'는 '검토 중'이랑 같은 말이야. 민원인들이 다 알아. 그러니까 내 말은~"

그는 서랍에서 나무 도장을 꺼내 손바닥에 굴렸다.

"이게 무림맹의 무덤이야. 여기 들어간 민원은 안 나와."

유진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주임님, 그럼 민원실은 왜 있는 거예요?"

"민원을 받으려고 있지. 처리하려고 있는 게 아니고."

곽 주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추 씨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손님에게만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도장이 몇 개 있습니까?"

허평이 물었다. 곽 주임이 신이 나서 서랍을 열어 보였다. 나무 도장 넷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이게 '접수', 이게 '검토 중', 이게 '처리', 이건 '반려'. 그러니까 내 말은~ 민원은 이 순서로 가는 거야. 접수해서, 담당 장로님께 배정하고, 검토하고, 처리하거나 돌려보내거나."

"대부분 어디서 멈춥니까?"

곽 주임은 대답 대신 '검토 중' 도장을 들어 보였다. 손잡이만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나머지 셋은 먼지가 앉아 있었다.

"우리 민원실 처리율이 얼만지 알아? 열 건 받으면 한 건도 안 돼. 1할이 안 된다고. 그래도 십구 년을 버텼어. 이 도장 하나로."

유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자랑이 아니잖아요."

"자랑 아니야. 신세 한탄이지."

허평은 도장을 받지 않았다. 대신 민원서를 들고 일어섰다.

"어디 가요?"

"결재를 받으러요."

"…누구한테요?"

"담당 장로님께요."

곽 주임이 차를 쏟을 뻔했다.

"허 서기, 그러니까 내 말은~ 서기가 장로님 결재를 직접 받으러 가는 법은…"

"없습니까?"

"…있긴 있지. 아무도 안 해서 그렇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허평은 이미 문을 나서고 있었다. 유진이 잠깐 망설이다 그 뒤를 쫓았다.


본청 계단은 길었다.

장로 집무실은 계단 꼭대기에 있었다. 허평은 서두르지 않고 한 칸씩 올랐다. 유진이 세 칸씩 올라가다 돌아보면, 허평은 늘 그 세 칸 아래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숨 하나 차지 않은 얼굴로.

계단 꼭대기에는 젊은 관리 하나가 장부를 끼고 서 있었다. 장로 면담을 정리하는 자리인 듯했다.

"어느 부서요?"

"민원실입니다."

관리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동물을 보는 눈이었다.

"민원실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소?"

"계단이 있길래요."

관리는 한참 말을 잃었다가 장부를 펼쳤다.

"면담 신청서는?"

"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안 되오. 신청서를 써서 내면 검토해서…"

"검토 중이 되겠지요."

관리가 입을 다물었다. 허평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그 옆을 지나갔다. 관리는 붙잡으려다, 왜인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저 느린 노인의 등이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첫 번째 문은 의약당 연수호 장로의 집무실이었다.

장로는 부드러운 얼굴로 민원서를 읽더니,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

"지붕은 다친 사람이 아니라서… 이건 내 담당이 아니오. 미안하오."

두 번째 문은 비무원 임계운 장로였다.

호탕하게 웃는 사내였다. 민원서를 반쯤 읽다 말고 손을 저었다.

"아아, 그 도련님들. 지금 그쪽 문파와 협의 중이오. 협의가 끝나면 알려 주지."

"석 달째 협의 중이시군요."

"협의란 원래 오래 걸리는 것이오. 하하."

세 번째 문은 재정각 주백령 장로였다.

장로는 민원서를 받자마자 주판알 튕기듯 짧게 말했다.

"서식이 틀렸소. 피해 금액 칸이 비었잖소. 다시."

민원실로 돌아가는 길에 유진이 민원서를 낚아챘다.

"제가 다시 써 올게요. 서식이라면 자신 있어요."

유진은 계단참에 쪼그려 앉아 순식간에 새 민원서를 썼다. 피해 금액은 추 씨에게 물어 둔 대로 기와 값과 서까래 값, 석 달 장사를 못 한 몫까지 반듯하게 채웠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네 번째 문은 집법전 하문겸 장로였다.

장로는 유진이 쓴 민원서를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글씨를 못 알아보겠소."

"…예?"

유진이 민원서를 돌려받아 보았다. 맨 아래 담당 서기 서명란에 허평이 이름을 적어 두었다. 지렁이가 먹물에 빠졌다 기어 나온 글씨였다.

"서명은 왜 하셨어요!"

"담당이 저라서요."

"이름 석 자를 이렇게 쓰시는 분이 무슨 담당이에요!"

다섯 번째 문은 외당 오진명 장로였다.

허평이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다시 두드렸다. 안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세 번째 두드리자, 문 안쪽에서 빗장 걸리는 소리가 났다.

유진이 얼굴을 붉혔다.

"…저 때문일 거예요. 제가 그 아들을 때렸으니까."

"그럼 오늘은 안 열리겠군요."

허평은 담담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해가 기울었다.

다섯 개의 문. 담당이 아니다, 협의 중이다, 서식이 틀렸다, 글씨를 못 알아보겠다, 그리고 빗장.

허평은 계단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추고, 아래로 펼쳐진 본산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기둥, 회색 기와, 수백 명의 무사와 관리. 그가 세운 맹이었다.

'천하를 평정하는 것보다 도장 하나 받는 게 어렵다니.'

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만든 조직답다.'

"아저씨, 지금 웃으셨어요?"

"아닙니다."

"웃으셨잖아요. 이 와중에."

"계단이 길어서요."

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보다가, 결국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저씨 진짜 이상해요. 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았는데."

"다섯 번이면 아직 적지요."

"…몇 번까지 맞으실 건데요?"

허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유 서기는 왜 따라오셨습니까?"

유진이 잠깐 말이 막혔다.

"…민원실에서 공을 세워야 나갈 수 있으니까요. 본청으로요. 저, 집에 보여 줘야 할 게 있거든요."

"무엇을요?"

"서녀도 수석을 한다는 거요. 수석으로도 모자라면, 수석보다 더 한 거라도."

유진은 말하고 나서 아차 하는 얼굴이 되었다. 처음 만난 늙은 동기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허평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이상하게 그게 위로가 됐다.


민원실로 돌아오자 추 씨가 아직 있었다.

곽 주임이 따라 준 차는 다 식어 있었다. 그녀는 허평의 빈손을 보고, 모든 것을 알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우는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 웃음이었다.

"괜찮아요. 처음부터 기대는 안 했어요."

그녀는 일어서다 말고 다시 앉았다. 그리고 허평에게라기보다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 찻집은요, 우리 영감이 지은 거예요. 기둥 하나 기와 한 장까지 손수. 장가올 때 돈이 없어서 집이라도 내 손으로 지어 주겠다고."

추 씨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쓸었다.

"지붕 들보에 영감이 글씨를 새겨 놨었어요. '차 향기가 집에 가득하기를.' 글씨도 못 쓰는 양반이, 누구한테 배워서 한 자씩 파 넣었지요. 영감 가고 나서, 장사 안되는 날엔 그 들보를 올려다봤어요."

그녀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 들보가 부러졌어요. 글씨 있던 데가 통째로 날아가서, 어디 갔는지도 몰라요."

민원실이 조용했다. 곽 주임은 도장을 만지작거리다 서랍에 넣었다. 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허평은 아무 말 없이 추 씨의 민원서를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추 씨가 돌아간 뒤에도 허평은 한동안 창구 앞에 서 있었다.

서고 문이 삐걱 열렸다. 마 영감이 굽은 허리로 걸어 나와, 허평의 책상에 종이 두 장을 내려놓았다. 누렇게 바랜 민원서였다. 첫 장에는 석 달 전 날짜가, 둘째 장에는 두 달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추가찻집, 지붕.

"…이건."

"사본이오. 들어온 건 다 있소. 다."

마 영감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귀가 어둡다던 노인이 방금 오간 이야기를 다 들은 듯했다.

허평은 세 장의 민원서를 나란히 놓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사연을, 석 달 동안 세 번.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일 년 전 우리 산 아래 마을도 이렇게 묻혔지.'

스무 해 동안 숨어 살던 산이었다. 그 아래 마을이 맹 소속 문파의 비무로 쑥대밭이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무림맹에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답을 받았다. 검토 중.

그때 그는 알았다. 그가 세우고 떠난 것이 무엇이 되었는지.

'내가 만든 것이니, 내 손으로 고친다.'


밤이 깊었다.

하급 직원 숙소는 본산 담장 아래 낮은 기와집들이 줄지어 선 곳이었다. 허평의 방은 맨 끝, 창 하나에 이부자리 하나가 전부였다.

허평은 등잔을 켜지 않았다.

달빛만으로 방 한구석의 보따리를 풀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 메고 온 낡은 보따리였다. 옷가지 몇 벌, 도끼날을 가는 숫돌, 마른 약초.

그리고 맨 아래에, 기다란 것이 하나 있었다.

천으로 감싼 검이었다.

이름도 없는 쇠검이었다. 장식 하나 없는 손잡이, 칠이 벗겨진 칼집. 스무 해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검이었다.

허평은 천을 풀었다. 칼집을 쥔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칼집째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보따리에서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꺼냈다.

물들이지 않은 무명천 한 폭이었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멀리 무창 시가의 기와지붕들이 달빛 아래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 지붕들 사이 어딘가에, 들보가 부러진 찻집이 있었다.